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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회색의 머리는 미묘하게 녹색을 띤다. 가라앉는 것 같이 채도 낮은 붉은 눈을 가졌다.

―분명히 처진 눈인데도 눈매가 사납고 눈썹이 치켜 올라가 있다. 어두운 피부톤.

―뒷목을 모두 덮는 덥수룩한 머리, 어둡게 그늘진 눈가, 좀처럼 웃지 않는 표정 덕에 굉장히 예민하고 까다로워 보이는 인상을 준다.

―남색 와이셔츠는 말끔히 다려져 있지 않고 검은 바지는 흔해 빠진 디자인이나, 한때는 그도 외관을 꾸밀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검은 부츠는 지방시의 제품.

―키가 크고 체격이 좋다.

성별

​남성

성격

기울어진 축  |  프로페셔널의 상징  |  3초의 시간

 천성인지 뭔지, 매사 삐딱한 시선을 고수한다. 그의 냉소주의는 조건반사적이었다. 어떤 상황을 마주하면 무조건 사고가 부정적인 쪽으로 먼저 기울었다. 삶에 크게 절망했거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혈안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말에 따르면 ‘그냥 그렇게
되는 거’
였다. 생각이 그렇고, 감각이 그렇고, 사람이 그랬다. 기울어진 축을 따라 물이 흐르는 것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안타깝게도 살면서 인생에 축적된 데이터는 가면 갈수록 그의 편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축은 반대로 기울여볼 새도 없이 굳어버렸다. 축이 제게 기울어졌으니 언제나 무거운 것, 중요한 것이 제 앞에 놓이는 건 당연지사. 자기 몫 하나 챙기는 것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기적인 사람
이다.

 그래도 무리에 섞여 있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 어딜 가서든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냉소적인 태도에 비해 그는 적극적이고 적당한 장난기를 보유한, 사회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우쭐해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현실을 온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적어도 나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식으로 현실에게 당하진 않을 거라는 오만함으로.
그것이 타인에게는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비춰지기도 하는지라, 그 오만함이 마치 프로페셔널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가 언제나 이득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에겐 실패를 그럴싸하게 포장할 철면피가 있었다.

 지금은 그에게 미묘한 틈이 나 있다. 틈은 3초의 시간으로부터 비롯된다. 어느샌가부터 그는 언행의 서두나 사이에 3초의 간격을 두는 일이 잦았다. 3초 동안 눈가를 연신 짓누르거나 하며 말을 멈추었는데, 이것은 그에게 있어 냉소의 고삐를 고쳐 잡는 성찰의 
시간
이었다. 상황이 긴박하면 긴박할수록 시간을 쥐어짜내서, 안 된다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남의 말을 듣고 선행을 베푼다. “아, 그래요. 그거. (…) 아냐, 그냥 당신 말대로 합시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그러고 나면 뒷말 하나 없어 그의 인상은 3초 전에 비해 대폭 좋아진다. 최대한으로 쥐어짜낸 성찰이 고작 3초이나 그 3초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기타

Enzo

 ―8월 7일생. RH+A형. 오른손잡이.

 ―가족관계 : 아버지(故), 어머니(故), 누나

 ―어중간한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쓴다.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를 사용할 줄 안다.

 ―능숙하게 영어를 사용하나, 프랑스어의 억양이 많이 묻어 나온다.

 ― : 해석의 여지가 있는 모든 것들, 어쩌면 단순 농담과 콩트까지도. 그리고 술―그는 술이 유구한 영감의 원천이라 말한다. 그러나 술을 즐기되 인사불성으로 취하는 것은 추하다고 생각했고, 정신 상태가 흐리멍텅한 사람을 싫어하기에 중독까지 가본 적은 없다―

 ―不好 : 흐리멍텅한 정신, 또는 그런 사람, 바나나와 아보카도. 바나나와 아보카도에는 알레르기가 있어 섭취하면 어지러움과 함께 입 안에 따끔거리는 가려움을 느낀다. 향만 낸 음식과 극소량은 상관없다.

Nostalgia

 ―벨기에, 셍레줴Saint-Léger : 수도인 브뤼셀에서 멀리 동떨어져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변두리 지역. 높은 건물이 없어 탁 트인
시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곳은 삶이 지루한 자가 냉소를 키우기에 최적인 장소였다.

 ―브뤼셀에 있는 예술대학을 나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브뤼셀로 주거지를 옮겼고, 동시에 수많은 나라들을
정처없이 여행하며 떠돌아다녔다. 뉴욕도 그 중 한 곳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재회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지만.

Movie

 ―지극히 현실적이고 우울한 작품을 만든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갱생의 여지가 없거나 있더라도 세상이
가만두지 않으며, 필히 처참한 상황을 마주하고, 가장 구원을 바랄 때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현실을 가감없이 표현한다고는 하나 지나치게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는 비판이 늘 그의 영화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국제 영화제 수상 후보까지 올랐던 작품이 한 개 있고, 영화 마니아라면 알 법한 작품도 한 개 정도. 그 외 단편 영화나 습작 다수. 굳이 나서서 소개하고 자랑하진 않는다.

 ―올해 초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린 것 같다. 죄송하다. 당분간은 작품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인터뷰 이후로 별다른 행보가 없다.

Location

 ―뉴욕을 찾은 건 참 즉흥적이고 변덕스런 이유였다. 단순 여행. 하지만 어딘가 비장한 구석이 있다. 꼭 사명이라도 받은 듯
갑작스레 배낭을 매고 오지로 떠나는 사람들처럼.

 ―그러나 이런 사태는 그도 예상하지 못했던지라……도망치면서 생각했다. 이럴 수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이른데, 삶의
중추가 완전히 어긋나버린 것 같다,
고.

 ―공항에서 처음 만나 주소를 주고받은 사람과 케이든 대학교 근처 펍에서 한잔 하던 중이었다. 야외 테라스에서 마셨던 게
천만다행. 여기까지 오기 전 맥주 한 잔이라도 마신 게 그나마 위안. 그 사람과는 찢어지게 되었지만 유감은 없다. 뭐 어쩌겠는가,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이란.

 ―아비규환을 빠져나가려는 트럭 위에 올라탈 수 있었으나, 아이를 안은 60대 여성을 대신 올려주고 본인은 샛길을 돌아
케이든 대학 기숙사로 도망쳐 왔다. “올려달라고 하길래.”  그뿐이다. 후회하지 않는다.

총기 사용 가능  O

자동차 ​운전면허 소지  O

어렸을 적 아버지와 친척을 따라 사격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게다가 영화에서 총기를 다룰 때 전문가와 자주 만났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지식을 갖추고 있는데다,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썩 실력이 나쁘지 않다.

​소지품

 담배 : 곽에 5개비 정도 남았나, 오는 길에 라이터를 잃어버려 지금으로선 무용지물. 원래는 10개비였는데 불안할 때
하릴없이 잘근거리느라 좀 버렸다. 금단이랄 것도 없다. 약간의 아쉬움 정도.

 수첩과 펜 : 펜이 끼워진 손바닥만한 작은 수첩. 본래는 떠오르는 심상을 적는 용도였던 것 같다. 지금은 만난 사람들의
대략적인 인적사항을 적어두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서류 봉투 : 몇 번 접어서 뒷주머니에 넣어두고 다닌다. 안에는 몇 장의 서류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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