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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자의 맨얼굴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같은 지붕 아래에 사는 가족들이 아니고서야 그랬다. 제 시야를 가리지 않을 정도만 간신히 유지하는 길이의 앞머리, 두꺼운 안경, 출근할 때부터 퇴근까지 벗는 일이 없는 마스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철통방어를
이루었다. 갈색빛이 도는 검은 머리카락 틈새로 보인 삼백안 눈 만큼은 형형했다. 물론 그 자색 눈이 인상을 더 음침하게 만든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잘 보이지도 않는 얼굴에서 시선을 내리면 척 보기에도 평범한 체형이 보였다. 제 딴에는 꼿꼿하게 서 있지만 구부정한 감이 있는 자세는 숨겨지지 않았다. 느릿한 걸음걸이의 남자는 당장 병원에서 나온 것 같은 착장을 하고 있었다.
푸른빛이 도는 수술복 위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관리하기 쉽지 않을 새하얀 가운을 걸쳤고, 슬리퍼는 제 발과 맞지 않는
슬리퍼를 신었다. 거기에 왼손에 걸린 염주까지. 이 모든 것이 서재현을 이루는 구성요소였다.

성별

​남성

성격

01 시니컬한 닥터

“직업을 잘못 골랐어…” 

 그래, 교사. 교사가 좋겠다. 방학 동안 잠만 자야지.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입에 물은 채 병원 복도를 비척비척 지나가는 남자가
있다. 살갑게 건네오는 인사는 거수 한 번으로 지나가기 일쑤였고, 당직이 아니라면 휴게실 의자에 반쯤 누워 잠이나 퍼질러 잔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사내는 의사라는 이름에 대단한 무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에게 왜 이 직업을
택했냐고 물으면 항상 뻔뻔하게 “돈.”이라고 답했다. 그런 답을 할 때에는 눈치를 보아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할 말을 거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장점일까 단점일까? 때로는 그의 행동들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밀어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을 자신의
바운더리에 넣고 싶어 하지 않는 모양이다. 중요한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는 이유 역시 심플했다. 나보다 우선시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생겨버리면 귀찮아지니까.

 

02 타협은 나의 취미

“하…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최선이라고 하시니 만족하겠습니다. 당연히 잔소리를 한가득 늘어놓을 것처럼 서두를 떼어놓고는 맥 빠지게 마무리를 짓는다. 그는 매사에 의욕이 없는 남자였다. 마치 “결과의 완성도는 중요한 덕목이 아니지. 완성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얄팍한 책임감으로 어떻게 의사가 되었는지, 미적지근한 의지로 어떻게 의대에 붙었는지는 서재현에게 꾸준히 따라붙는 의문점이다. 자신이 규정한 최악의 상황에 놓이더라도 절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협은 사람을 낙천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했다.

 

03 깃털 같은 사나이

“제 잘못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혹자는 그를 깃털 같은 사나이라고 표현했다. 깃털은 사람의 피부에 내려앉으면 간질이며 이물감을 만든다. 그 감각이 신경 쓰이고 말 뿐인 사람이 있을 것이며, 예민한 사람은 그 미세한 감촉에도 역정을 낼 것이다. 역정이 난다고 하여 원인인 깃털에 주먹질하면
분이 풀릴까? 타격감이 들지 않는 물체에 더 성이 날지도 모른다. 서재현은 그런 남자였다. 사람의 성질을 살살 긁어놓는 것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깃털 같은 사나이? 포장이 과해요~”

“야 그걸 어떻게 대놓고 말하냐?”

“우리끼리인데 어때요. 그냥 말해요. 싸가지 없다고!

“깃털 같은 사나이? 좋네요. 나중에 자소서 쓸 일 있으면 써먹겠습니다.”

​기타

01 서재현

생일: 1월 19일

혈액형: Rh+ AB

가족관계:

  • 母: 서희령

  • 兄: 서배현

부모님은 서재현이 16살 되던 해에 이혼했다. 본인은 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 

L: 숙면, 조용한 곳,

H: 잡담이 많은 사람, 지나치게 외향적인 사람, 초면인데 살갑게 인사하는 사람, 귀찮게 구는 사람… … 하여튼 귀찮으니
말 걸지 마십쇼!

종교: 불교

02 그 녀석

 “그 녀석이 절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재현의 말버릇이다. 그 녀석의 정체는 누구도 파악하지 못했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이들은 생각했다. 그 녀석이 사람인지 물건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니 분명 별것 아닐 것이라고… 혹은 회식을 가지 않으려는 핑계겠거늘. 당사자가 밝히지 않으니 진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내뱉을 “그 녀석이 절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 무게는 무겁기만 하다. 서재현이 이 사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그 의지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 녀석’이 있다.

 

03 마스크

 마스크 착용의 역사는 남자의 레지던트 시절까지 내려간다. 서재현은 아침형 인간과 거리가 멀었다. 열 시가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레지던트 서재현이 과장님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지적은 ‘하품’이었다. 

“거… 환자들 앞에서 하품 좀 그만할 수 없겠나?”

“죄송합니다. 제가 잠을 별로 못 자고 와서…” 

 따박따박 말대꾸한 것을 보면, 지적 자체나 따라붙을 이미지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같은 말 들으러 불려
나가는 것도 정도가 있지. 포기를 모르는 과장님과 하루가 멀다하고 면담을 하니 이 남자도 성가시기 시작했다. 머리에 산소가
부족해서 입이 벌어지는 걸 막을 수는 없으니 그걸 가릴 용도로 마스크를 얹고 다닌 것이다. 마스크 착용은 서재현의 출근 전
기본 단계가 되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하는지, 마스크에 숨어 몰래 하품하는 것에 도가 텄다.


 

04 빛나는 백의

 현시점 서재현이 입고 있는-수상할 정도로 깨끗한-옷은 그의 것이 아니다. 확실히 사건 발발 당시 서재현은 제 정장과 백의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케이든 대학병원에 도달했을 때 그 옷의 색은, 백의라는 이름이 무색한 꼴을 하고 있었다. 바닥으로 방울져 떨어지는 혈액은 제 것이 아니었지만 접근하는 제 모습을 바라보는 생존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았다. 방금까지 수술하고 왔다고

둘러대는 게 좋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마침, 기적적으로, 굴러다니는 수술복을 발견했다. 감염 경로를 잘은 모르겠으나 만약

혈액으로도 감염이 일어난다면 최대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겠지. 서재현은 그런 이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낯선 병원의

비품을 뒤집어썼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지만, 제 발보다 조금 작은 슬리퍼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마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에 억지로 발을 끼워 넣은 새언니의 심정이라나 뭐라나. 그의 붉은색이 된 옷가지는 병원 어딘가에 구겨져 있을 것이다.

현재 그의 몸에 닿은 것 중 자기 물건은 안경과 염주뿐이었다.


 

05 대학병원에 출근 해보긴 처음입니다. 

 그는 케이든 대학병원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종합병원의 근무자였다. 저녁 약속이 있었던 탓에 남자는 직장이 아닌 대학병원 근처에 있었다. 사태를 목도하게 된 것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였다. 저녁 먹으러 나오는데 가운을 입고 나온 게 실수였나. 상처를 입은 시민이 절실한 눈빛으로 살려달라는 말과 함께 그를 붙잡았다.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다쳤으면 의사한테 가야지. 근데 왜 하필 나야… 서재현은 탄식을 삼킨 채 낯선 사람의 환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여기서 살아남더라도 이 손을 뿌리치면 꿈자리가

뒤숭숭할 것 같았던 탓이다. 대학 졸업 때 읊었던 선언문을 중얼거리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자고로 의사란 생과 사의 경계를 항상 넘나드는 사람이고 죽음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젠장. 세상이 응급실이 된 것만 같았다. 할 수 있는 처치를 했음에도 환자의 피는 멎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비규환의 상황에 놓인 것은 생존자 모두가 마찬가지였지만, 그 남자만 유독 피에 담가졌다 나온 꼴을 한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건조하게 사죄의 말을 건네었을 때 환자는 의식이 있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서재현은 타인의 피가 흥건하게 묻은 몸을 이끌고 케이든 대학병원까지 살아서 도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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