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틈 투성이 주책바가지

겉모습만큼이나 행동이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다. 성향이 차분한 사람임은 알겠으나 생각이 많아 허둥대느라 불필요한 액션이 같이
비례하니 그렇게나 부주의해보이지 않을 수 없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담력이 다소 부족하고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인 점이 위와 같은 이미지에 박차를 가했다. 슬픈 영화를 보고 쉬이 울고, 즐거우면 웃는 등 감정표출이나 반응이 즉각적이고 숨김이 거의 없다.
말은 즉슨, 받아들인 값을 그대로 새어나가게 둔다는 것. 이런 유약한 성정이 지금과 같은 사태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상황인 만큼, 오히려 이렇기 때문에…

틈새

그렇기 때문에, 쉽게 정을 내어주고 누군가의 곁에 기꺼이 있을 수 있었다. 그는 행색과 행동거지에 비해 사람을 적잖게 봐왔다는
사람 답게 사람을 대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접근하는 방식이 격찬이라는 이름을 쓴 선망을 품고서 사근사근한 모양인 게 사람을 따르고 호의적인 태도. 생존방식의 일환이긴 했지만 사람이 그리도 좋은지 항상 웃는 낯으로 마주하는 그 모습은 만들어
낸 것은 아님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을 터. 

부정 역치의 부재

…그게 마냥 좋은 점만 남길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 마음은 불화를 기피하는 경향으로 이끌었다. 그 탓에 저를 묵살하고 타인에게 맞춰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으며 타인을 의심하는 하한선이 낮다. 대부분의 부탁을 마다하지 않고 들어주니 말만 하면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다닐 정도. 수동적인 사람인가? 거절이 어렵나? 싶은데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주변인이 보면 답답할 수도
있겠다. ‘그렇구나’ 로 모든걸 납득해버리는 절대적인 이해자로 모두를 포용하는 게 이미 편하다고. 타인을 수용한다고 해서 본인
내면까지 바꾸는가는 또 다른 논제.

끄트머리의 직업정신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고 그도 언제나 오케이 사인을 내리는 건 아니라고, 도덕과 윤리, 도리 같은 것이 기준이 되었다. 이런 상황일
수록 그 바운더리를 넓혀두고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이해하려는 것에서 나온 묵인에 가까웠으니, 그 상한선을 건드리면
수용해주던 그도 꺼리던 마찰을 각오하고 입을 떼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할 때가 있는 거겠죠. 그렇다고 감히 타인을
교화할 생각은 없으니 언쟁을 하지도 나무라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는, 고작해야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하지않겠냐는 언질뿐. 

적기를 아는 낙관주의자

자칫하면 무거워보일 수 있는 그의 성격은 그의 웃음으로 상쇄된다. 서른 둘의 살아온 세월이 무색하게 천진난만하게 현실감이 없어보이는 말을 자주 했다. 물론 이상한 사람처럼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그러진 않았지만, 현 상황에 격려를 하는 쉬이 하는 게 이상을
좇는 것처럼 보이니. 좋게 말하자면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고 하는 사람. 사람을 믿는 것도, 잘 될 거라 하는 것도 그런 전제이니라.
평소에도 부정적으로 살면 힘들잖아요. 이게 편해요.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