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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피트를 넘는 장신과 툭 불거져 나온 단단한 뼈대. 빛 아래에 놓여본 적이 드물어 창백한 감이 있는 피부. 단정하게 넘겨져 있었을
가늘고 검은 머리카락은 난리통을 겪었음을 드러내는 듯 이리저리 흐트러져있다. 그 사이로 보이는 단연코 다른 사람의 손으로
정돈되었을 가지런한 눈썹. 그 아래 유순하게 늘어뜨려진 눈매. 낮은 온도의 청색 눈은 늘 호선을 그리는 입매와 함께 웃음으로
감추어지는 일이 잦다.

 

구겨진 와중에 각을 맞춰 다림질한 선이 또렷이 남아있는 베이지 색 고급 정장. 군데군데 묻은 끈적이는 핏물과는 상반되게도 반질한 갈색 구두. 양 손가락에 취향껏 착용한 유명 상표의 반지와 오른 손목의 시계. 뭉툭하게 관리받은 손톱…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은연중에 드러나는 빌리어네어(billionaire)의 행색을 띈다. 전체적인 차림새에 조화롭지 않은 의료용 안대가 도드라지는 감이 있으나 정작 당사자는 오른쪽 눈에 기대어 세상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은지 내딛는 걸음과 행동이 거침없다. 

성별

시스젠더 ​남성

성격

만기가 없는 만사 |방종한 도련님|노블레스의 미덕|가려져 있는 예민한 감관

고질적인 나태함은 만사에 만기가 없다. 일을 코앞에 닥칠 때까지 미루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은연중의 무심함을-약속 시각에 늦거나, 생일 같은 기념일을 잊는-이유로 만료된 인간관계도 많다. 그렇다 보니 그의 주변엔 유효기간이 없는 완만한 관계들만 남았다. 서로 기대를 품지 않아 실망할 것도 없으니 멀어질 이유도 없다. 그렇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부러 연장하는 과정이
생략된 평안하고 안정적인 관계들 앞에서 그는 적당히 입안의 혀처럼 굴었고, 적당히 뱀처럼 굴었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 곧잘 십년지기 친구마냥 잔을 부딪쳐 질 나쁜 농을 즐길 때는 언제고, 통성명은 물론
다음에 또 보자는 입 바른 약속도 없다. 능글맞다 못해 다분히 뻔뻔하고, 멋대로 오지랖을 적선하다가도 때때로 유치했다. 한여름,
에어컨이 틀어진 고급 벤츠의 조수석에 선뜻 태우더니 추위를 이유로 겉옷을 갈취하는 식의 행동거지. 그 뒤에 따라붙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를 향한 찬사와 생색이라니. 혹자는 그를 시원하고 털털한 이라고 평했고, 누군가는 그를 낯짝 두껍고 재수 없는 놈팽이라
칭했다. 그 범주를 벗어나는 평가는 잘 없다. 그도 그럴게, 집안 잘 만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온 부유한 도련님은 그러길 마련이니까. 세상은 그가 미련이나 불행을 입에 담을 리 없고, 여유 넘치고 넉살 좋은 성미를 갖췄단다. 그런 것들이 평생 간절해 본 적 없는 운
좋은 자
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미덕인 것처럼.

 

그 미덕들은 그가 한 번도 제 손으로 넥타이를 매본 적 없다거나, 집은 원래 나갔다오면 청소되어있는 것 아니냐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곧잘 진실로 가름해주면서, 그가 배곯는 느낌이 무엇인지 안다는 사실은 터무니없는 허구 취급을 했다. 꼭 믿음을 배반당한 것처럼
그를 발칙해하고, 철없는 도련님의 세상 물정 모르는 배부른 소리라 비난까지 해댈 만큼 어찌나 아니꼬워하던지. 그리하여 이 청년은 태도와 외적 행적은 물론 내재된 도덕성까지 사회가 삶이 풍요한 이에게 요구하는 입맛에 알맞게 갖추어있다. 베풂에 인색하지 않은 여유로움, 높은 발화점을 갖춘 관대함, 잘 가르쳐진 윤리도덕과 규칙… 그런 속성들 말이다. 

 

이처럼 미덕의 나열은 그에게 여러 지표가 되어주었는데, 덕분에 감관에 과민한 성질을 가진 그가 제법 만물에 무감하고 때로는
홀대하는 이지적인 사람처럼 보이게 되었단 점이 그렇다. 오년 전까진 외계의 자극에 기민한 성정은 분명 그의 세계를 이루고
표출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나, 돌연 그는 감각을 인식하는 생산과정을 중단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타고난 기질은 천재성의
입증보다는 그저 감정을 들쭉날쭉하게 하여 보통 사람보다 예민하다는 결함에 그칠 뿐이어서, 되려 유유자적한 태도를 덕지덕지
둘러댔다.

​기타

1. 토드 위 키니어

1-1. 7월 20일 생, Rh+ AB형, 왼손잡이

1-2. 키니어스 사(kinnear’s holding Co.) 최고경영인의 셋째.

1-2-1. 기업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자선 행사 등의 기사에 실린 사진이나 매스컴을 통해 스치듯 접해봤을 법한 인물.

1-3. (전) 화가 / (현) 아트 갤러리 디렉터

1-4. 보스턴 주 아트보딩스쿨 졸업, 시카고 주 예술대학 순수미술 유화 전공 학위 취득

1-5. 好. 담배(혹은 시가), 질 좋은 위스키, 유화물감 향  / 不好. 불 끄고 자는 행위, 뭐 되시는 줄 아는 평론가 선생들.

 

2. 키니어스 사의 셋째이자 양자. 

2-1. 키니어스 홀딩 코퍼레이션(kinnear’s holding Co.). 미국 메사추세츠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 동부와 중동부의 주요 지역 은행의 금융지주회사이자, 키니어스 뱅크를 포함한 키니어스 관련 기업의 모기업이다. 

 

2-2. 2000년, 당시 키니어스 뱅크가 미·영 역외거래를 이용한 세금 탈세 혐의로 미국 국세청에 의하여 고발당하면서
상당수의 투자자와 사용자가 감소하자 키니어스 사에서는 시장의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였는데, 그 중
기업 이미지 쇄신의 일환으로 외국에서 양자를 들였다는 것은 사회가 쉬쉬하던 사실이다. 

2-2-1. 작은 동양 나라의 고아였던 토드가 열 살의 나이에 보인 천재적인 예술 재능으로 바다 건너 키니어스 사에 간택되어
미국에 도달하기까지의, 일련의 극적인 사연이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었다. 

2-2-2. 당시에도 적나라한 기업사정보다는 키니어스 사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한 기사가 대부분이었으며, 2000년대
기업사회에 밀접했거나 관심이 지대한 이가 아니었다면 이십 년이 지난 지그음에는 그조차 잊은 자가 대다수라고.

 

2-3. 2년 전, 키니어스 사 최고경영인이자 양부의 투병소식이 매스컴을 타자 토드의 상속경쟁참여 여부로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이 그나마 최근의 일이다. 

2-3-1. 양부의 친자녀는 토드의 위로 둘이 있었는데, 첫째는 육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둘째는 결혼한 여성이란
우습고 황당한 이유로, 졸지에 양자인 토드가 상속 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라는 엉뚱한 추론이었다나. 

2-3-2. 경영보다 예술에 더 뛰어난 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일찍이 경영에는 물러났으며, 관련 교육 또한 받은 적이 없음을
공표함으로써 마무리되었다. 

 

3. (전) 화가

3-1. 키니어스 사의 노이즈마케팅이 있었음은 불문하고도 예술계에서 어린 나이에서부터 불운한 천재라 칭해지며 유명세를
탄 화가이자 팔리는 미술가. 

3-1-1.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수많은 이민자의 나라, 낯선 미지, 선택의 부재로 인한 인과, 물질적인 부유 속 공황 등을
특유의 색채와 음울하고 불안정한 화풍으로 묘사한 그림, 드로잉으로 이름을 알렸다. 

 

3-2. 일찍이 아트테크의 목적으로 그의 그림을 갖고자 했던 수집가들이 많았다고 한다. 

3-2-1. 자선 행사 참석자들 앞에서 드로잉 퍼포먼스를 한 직후, 행사의 일련으로 경매에 부쳐진 어린 시절의 작품¹부터
청년이 된 그가 학교 전시회에 내건 졸업 작품²-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의 거대한 캔버스-까지 다양하게 팔렸다.

3-2-2. 오년 전, 그가 작품 활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작품의 희소성은 높아졌으나 어디까지나 불운과 음울한 추상으로
유명했던 예술가였기에,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남아있는 작품 가치가 좌지우지되는 모양. 

3-2-3. 말 그대로 거액을 주고 토드의 그림을 사들였던 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투자를 한 셈이나, 정작 이 청년은 그러한 꼴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¹《The Stranger (or, No Country)》, 2000, Hand drawn oil painting on linen

²《Achluophobia, The Value Of Name》, 2008, Oil impasto painting on canvas wall 

 

4. (현) 아트 갤러리 디렉터 

4-1. 마이애미 주에 위치한 키니어스 계열 사립 아트 갤러리 ‘caeruleus’총괄 디렉터 직을 맡고 있다. 

- 갤러리 ‘caeruleus’ 는 회화 단일 매체만을 고집하는 현대 미술 갤러리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순수 미술을 강연, 교육, 드로잉 퍼포먼스 등 다양하고도 쇼적인 전시회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 공간이다. — Art Review 2019, 6월호 에서 발췌. 

 

4-2. 뉴욕에서 열릴 대규모 아트페어 쇼 참석을 이유로, 갤러리에 할당된 공간을 확인 및 전시 기획을 위해 뉴욕에 방문했다.   

4-2-1. 본인은 아트페어 자체에 썩 열의가 없었던 -을 넘어 꺼렸던-것으로 보이는데, 심지어는 호텔에서 아트페어 개최지로
이동하던 중 일어난 죽은 인간들이 타인을 먹어치우는 정신 나간 상황에서 당혹스러우리만큼 일종의 기이한 해방감을 느꼈을 정도라며,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5. 미드 아틀란틱 억양

5-1. 양부모는 알파벳만 겨우 뗀 어린 토드에게 나이가 지긋한 유모를 붙여줬다. 유모와 함께 아동기를 보내며 그에게서
영어를 배운 영향으로, 한마디로 철 지난 발음과 종종 구식 단어를 덧붙여 구사한다.

5-2. 한때는 발음 교정에 신경 썼으나, 현재는 될 대로 되란 식. 지적을 받으면 옛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톤과 감탄사를 부러
내보인다.

총기 사용 가능  X

자동차 ​운전면허 소지  O

​소지품

명함: 진녹색 배경에 ‘Caeruleus’ 단일 문구가 흑색으로 적혀있는 심플한 디자인. 뒷면에 직함과 이름, 갤러리 장소와
사업장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정장 재킷 주머니에 다섯 장 정도가 아무렇게나 놓여져있던 듯 조금 구겨져있고 옅게
향수와 시가 냄새가 뒤섞여 난다. 

시가 케이스: 한창 시가에 취미를 들였을 때 사용하던 것. 겉은 고동색 가죽, 속은 삼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안에는 시가 대신 던힐 담배 서너 개피 들어있다. 케이스 안에 수납할 수 있던 커터와 지포라이터는 옛적에 잃어버린 지 오래.
시가도 아닌 담배를 왜 굳이 시가 케이스에 보관하냐 묻는 다면… 눅눅해지지 않아서 좋단다. 

공병에 담긴 향수: 20ml 검은 불투명 케이스 공병에 담겨있다. 불 끄지 않고 잠드는 그를, 여전히 열 살 꼬맹이로
생각하는 지인에게 받았다. 호텔 객실 안 전구나 스탠드에 뿌리는 수면 향수의 용도. 뿌린 직후에는 바닷바람에 묻어나는 흙 내음, 시간이 지날 수록 중성적인 우디 향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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